양형부당이라는 항소이유
1심 판결을 받은 사람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불복 사유는 "죄는 인정하지만 형이 너무 무겁다"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은 이를 항소이유의 하나로 정해 두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항소이유)다음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원심판결에 대한 항소이유로 할 수 있다. (중략) 14.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칠 때 15.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
"형의 양정"은 형량을 정한 일을 가리킵니다. 대법원은 양형부당을 선고형이 구체적인 사안에 비추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운 경우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피고인은 무겁다는 이유로, 검사는 가볍다는 이유로 같은 호를 근거 삼아 항소합니다.
양형부당은 법률 적용이 틀렸다는 주장과 성격이 다릅니다. 법정형 안에서 형법 제51조의 사정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다투는 일이어서, 1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기보다 "그 정도 형은 적정한 범위를 넘었다"거나 "1심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양형 조건 자체에 대한 설명은 형법 제51조를 다룬 글에 따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기한: 선고 후 7일, 통지 후 20일
항소에는 서로 다른 기한 두 개가 걸려 있습니다. 먼저 항소장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58조(항소제기기간)항소의 제기기간은 7일로 한다.
이 7일은 판결을 선고한 날부터 진행하되(제343조 제2항), 첫날은 세지 않습니다(제66조 제1항). 월요일에 선고되었다면 다음 주 월요일이 마지막 날입니다. 그날이 공휴일이거나 토요일이면 그날은 기간에 넣지 않습니다(제66조 제3항). 항소장은 항소법원이 아니라 판결을 선고한 1심 법원에 냅니다(제359조). 판결문을 받아 본 뒤 생각하겠다고 미루면 기간이 지나가기 쉽습니다. 판결문을 받은 날이 기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피고인은 기간 안에 항소장을 소장이나 그 직무를 대리하는 사람에게 내면 항소한 것으로 봅니다(제344조).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원심의 변호인도 피고인을 위해 항소할 수 있지만, 피고인이 분명히 밝힌 뜻에 반해서는 할 수 없습니다(제341조).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을 놓쳤다면 상소권회복을 청구하는 길이 있으나(제345조), 단순히 깜빡한 경우까지 구제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항소장을 냈다고 끝이 아닙니다. 기록이 항소법원에 넘어가면 법원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보내고(제361조의2), 이때부터 두 번째 기한이 시작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항소이유서와 답변서)①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전조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344조를 준용한다. ③ 상대방은 전항의 송달을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답변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 기간 안에 이유서를 내지 않으면 항소법원은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해야 합니다. 예외는 직권조사사유가 있거나 항소장에 항소이유를 적어 둔 경우뿐입니다(제361조의4 제1항). 이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이유서의 내용도 따져 봐야 합니다. 형사소송규칙 제155조는 항소이유를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밝히도록 정합니다. 뒤에서 보듯 대법원은 검사가 '양형부당' 네 글자만 적은 항소를 적법한 항소이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검사 사건이지만 규칙은 항소인 모두에게 적용되므로, 왜 형이 무거운지 구체적으로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변호인이 없으면 항소법원이 먼저 변호인을 선정한 뒤 그 변호인에게 통지합니다. 피고인이 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기 전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하면 법원은 지체 없이 결정해야 하고, 청구가 기각되면 청구일부터 기각결정등본을 송달받은 날까지는 제출기간에 넣지 않습니다. 다만 기각된 뒤 같은 법원에 다시 청구한 경우에는 이 계산이 적용되지 않습니다(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2). 구금 중인 피고인은 통지 후 14일 안에 항소법원 소재지의 교도소나 구치소로 옮겨지게 되어 있으니(제361조의2 제3항), 가족과 접견 일정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1심 양형은 왜 쉽게 뒤집히지 않는가
항소심 양형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판결이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
대법원이 든 이유는 세 가지로 읽힙니다. 양형은 법정형과 양형 조건을 두루 살핀 재량 판단이고,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 아래에서 1심 고유의 영역이 있으며, 항소심에는 사후심적 성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1심 재판부가 피고인과 증거를 직접 본 판단을 이유 없이 흔들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항소심의 양형 심사가 닫힌 것은 아닙니다. 같은 판결은 두 가지 경우에는 항소심이 1심판결을 파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1심 양형심리에서 나타난 양형 조건과 양형기준 등을 종합할 때 1심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는 경우
- 항소심 양형심리에서 새로 나온 자료까지 종합하면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러니 항소이유서도 이 두 갈래에 맞추어 구성됩니다. 1심이 이미 살핀 사정을 되풀이해 "선처해 달라"고만 적으면, 조건에 변화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1심이 어떤 사정을 빠뜨리거나 잘못 평가했는지, 판결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짚어야 합니다. 이유 없다고 인정되면 항소는 기각되고, 이유 없음이 명백하면 변론 없이 기각될 수도 있으며, 이유가 있으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합니다(제364조 제4항~제6항).
한 가지 더 알아 둘 점이 있습니다. 항소심이 이 존중 원칙에 어긋나 보이게 형을 바꾸었더라도, 다수의견은 항소심도 고유의 양형재량을 가지므로 그것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과 검사가 모두 항소했고 1심의 징역 10개월과 징역 8개월이 항소심에서 징역 4년과 징역 1년 6개월로 올라갔는데, 상고는 기각되었습니다. 대법관 3명은 이런 파기도 상고심이 심사해야 한다고 반대했지만 다수의견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존중 원칙은 항소심이 지켜야 할 방향이지, 위반하면 곧바로 상고로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는 아닌 셈입니다.
항소심에서 새로 낼 수 있는 양형자료
항소심은 판결 당시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토대로 적정한 양형을 가립니다(2015도3260). 양형자료를 1심까지만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양형과 관련해 유리한 주장을 하고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포함된다고도 밝혔습니다.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도10910 판결피고인이 사실, 법리뿐만 아니라 양형과 관련하여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는 것도 그러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포함된다.
항소심에서 의미가 큰 자료는 형법 제51조 제4호의 '범행 후의 정황'에 속하는 것이 많습니다. 1심 선고 뒤의 사정 변화가 바로 판례가 말하는 '새로 나온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1심 이후 성립한 피해자와의 합의, 공탁, 피해 회복 자료
- 치료 시작, 교육 이수처럼 재범 위험을 낮추려는 실제 노력을 보여 주는 기록
- 1심 뒤 달라진 건강 상태, 부양 관계, 직장 사정을 보여 주는 진단서와 증명서
- 1심에서 제출하지 못했으나 피고인의 환경이나 범행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
합의·공탁과 반성·재범방지 자료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는 각각의 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여기서는 시점과 방식만 짚습니다. 같은 내용을 형식만 바꾸어 다시 내는 자료는 1심과 비교해 조건이 달라졌음을 보여 주기 어렵습니다. 작성 날짜와 경위가 드러나는 자료가 그래서 쓸모 있습니다. 어떤 자료가 나와도 형이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증인을 새로 부르는 일은 서면 제출보다 문턱이 높습니다. 항소심은 1심에서 조사되지 않은 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고 소송을 현저히 지연시키지 않는 경우, 새로운 중요한 증거의 발견 등으로 다시 신문이 부득이한 경우, 항소의 당부 판단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증인을 신문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 피고인 신문도 항소이유 판단에 필요한 사항으로 한정되고, 1심과 중복되면 제한될 수 있습니다(같은 규칙 제156조의6).
제출 시기도 신경 써야 합니다. 양형부당만 다투는 사건에서는 변론을 마친 그날 판결이 선고되기도 합니다.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5도18361 판결피고인과 검사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사건에서 항소심이 피고인신문과 최종의견 진술을 거쳐 변론을 종결한 당일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사안에 대하여, 새로운 중요 사항이 현출되지 않았고 최종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자료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선고기일이 따로 잡힐 것이라고 믿고 있다가 자료를 내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된 자료는 변론이 끝나기 전에 내는 것이 좋습니다. 공판기일에 나가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하지만, 다시 정한 기일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습니다(제365조).
불이익변경금지: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의 형 상한
항소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괜히 항소했다가 더 무거워지면 어쩌나"입니다. 피고인 혼자 항소한 사건이라면 법이 이 걱정을 막아 줍니다.
형사소송법 제368조(불이익변경의 금지)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상고심에도 이 규칙이 적용됩니다. 대법원이 직접 판결하는 경우는 제396조 제2항이, 그 밖의 상고 심판은 준용 규정인 제399조가 근거입니다. 대법원은 이 원칙이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상소권 행사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적 고려라고 설명합니다(2021도1282).
무거운지 가벼운지는 숫자만 비교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4도6784 판결선고된 형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는지에 관한 판단은 형법상 형의 경중을 일응의 기준으로 하되, 병과형이나 부가형, 집행유예, 미결구금일수의 통산, 노역장 유치기간 등 주문 전체를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몇 가지 판결이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두 개의 벌금형을 받은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한 것은 불이익변경으로 보았습니다(2005도8607). 반대로 주형을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에서 벌금형의 선고유예로 낮추면서 추징의 선고유예를 새로 붙인 경우는 전체적·실질적으로 불이익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97도1716 전원합의체). 소년이던 피고인이 항소심 중에 성년이 되어 부정기형을 정기형으로 바꿀 때는 장기와 단기의 중간형이 기준이라고 판시한 전원합의체 판결도 있습니다(2020도4140).
이 원칙이 금지하는 것은 형을 올리는 일뿐입니다. 피고인만 상소한 사건에서 상소심이 범죄사실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형은 그대로 두더라도 위반이 아닙니다(2021도1282). 일부 무죄가 곧 감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검사도 항소했다면 달라지는 것
제368조는 피고인이 항소했거나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 관한 규정입니다. 검사가 형이 가볍다며 항소하면 이 보호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앞서 본 2015도3260 사건에서 형이 크게 오른 것이 그런 예입니다.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은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은 피고인에게 검사 항소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된 사건이 있습니다(2017도16593-1).
그래서 항소 여부를 정할 때는 검사가 항소할 가능성도 함께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검사의 항소이유서 부본이 송달되면 10일 안에 답변서를 내게 되어 있으므로(제361조의3 제3항), 이 단계에서 검사가 무엇을 근거로 무겁게 보아 달라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검사의 항소에도 형식과 한계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824 판결검사가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단순히 '양형부당'이라는 문구만 기재하였을 뿐 그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적법한 항소이유의 기재라고 볼 수 없고, 검사가 항소한 경우 양형부당의 사유는 직권조사사유나 직권심판사항에 해당하지도 않으므로, 제1심판결의 유죄 부분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파기하고 그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벌금 400만 원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이던 형을 항소심이 각 징역 6월의 실형으로 올렸으나 대법원이 파기했습니다.
반대 방향의 판결도 있습니다. 검사만 항소했다고 해서 항소심이 형을 낮추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8도1092 판결항소법원은 제1심의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는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제1심판결에 양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판할 수 있고, 그러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제1심의 양형보다 가벼운 형을 정하여 선고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벌금형으로 바뀌었습니다.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는 항소이유서에 없어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다는 제364조 제2항이 근거입니다.
상고심에서 양형을 다툴 수 있는 경우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습니다(제371조). 절차의 틀은 항소와 비슷합니다. 선고 후 7일 안에 상고장을 원심법원에 내고(제374조, 제375조), 대법원의 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상고이유서를 냅니다(제378조, 제379조 제1항). 이유서를 내지 않거나 주장이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면 결정으로 기각됩니다(제380조). 심리 방식도 다릅니다. 상고법원은 상고장, 상고이유서 기타의 소송기록에 의해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습니다(제390조 제1항).
다른 점은 양형입니다. 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상고할 수 있는 사건이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상고이유)4.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10년 미만의 형이나 집행유예, 벌금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형이 무겁다는 주장이 상고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말만 바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2015도3260 판결은 양형의 기초 사실을 잘못 인정했다거나 양형 조건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양형부당 취지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상고이유서에 죄형균형 원칙이나 책임주의 위반이라고 적어도 실질이 양형부당이면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닙니다.
10년 기준을 계산하는 방법에 관한 판결도 있습니다.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3411 판결하나의 사건에서 징역형이나 금고형이 여럿 선고된 경우에는 이를 모두 합산한 형기가 10년 이상이면 위 규정에서 정하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선고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 판결은 제한의 취지를 양형 사정을 법률심에서 심리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적절하지 않지만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예외를 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검사는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도 형이 심히 가볍다는 이유로 상고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도1705 판결).
양형을 판단한 절차나 방법의 법리 위반이 문제 된 예외적 사례는 있습니다. 2025도10910 판결은 소년이자 정신적 장애인인 피고인이 장애를 들어 한 주장을 충실한 심리 없이 가중 사유로 삼아 형을 높인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다만 소년과 장애인의 절차적 권리가 핵심이 된 사건이어서, 일반 사건에서 양형을 다투는 통로로 넓혀 읽을 수는 없습니다.
항소이유를 정할 때 상고까지 보아야 하는 이유
상고심에서 다툴 수 있는 범위는 항소심에서 무엇을 주장했는지에 따라서도 줄어듭니다.
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상고심은 항소심판결에 대한 사후심으로서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으로 되었던 사항에 한하여 상고이유의 범위 내에서 그 당부만을 심사하여야 한다. 항소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사항 이외의 사유는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양형부당만 내세워 항소했거나 항소하지 않은 피고인은, 검사의 항소로 형이 올라갔더라도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를 새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다수의견입니다. 2015도3260 사건의 피고인 한 사람도 항소이유로 양형부당만 주장했기 때문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주장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공소사실 중 다투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항소이유서 단계에서 함께 적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양형만 다툴지, 사실관계까지 다툴지는 이 점까지 고려해 정해야 합니다.
자료의 면에서도 상고심은 닫혀 있습니다. 같은 판결은 상고심이 항소심까지의 소송자료만을 기초로 항소심판결 선고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항소심판결 후에 나타난 사실이나 증거는 상고이유서에 첨부되어 있어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항소심 판결 뒤에 합의가 되어도 상고심에서 양형 사유로 쓰기 어렵다는 뜻이니, 양형자료의 사실상 마지막 무대는 항소심입니다.
파기환송 뒤의 양형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면 스스로 판결하는 경우를 빼고는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거나 동등한 다른 법원에 이송합니다(제396조, 제397조). 환송받은 항소심은 대법원 판단에 묶입니다.
법원조직법 제8조(상급심 재판의 기속력)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下級審)을 기속(羈束)한다.
상고이유 주장이 배척된 부분도 다시 다투지 못합니다. 대법원은 이런 부분이 판결 선고와 동시에 확정력이 생겨 피고인이 더 이상 다툴 수 없고 환송받은 법원도 이와 배치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2014도6472).
환송 후 형량에도 상한이 있습니다.
대법원 2021. 5. 6. 선고 2021도1282 판결피고인만의 상고에 의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에 환송한 경우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환송 전 원심판결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되어 환송 후 원심법원은 파기된 환송 전 원심판결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환송 전 징역 4년이던 사건이 환송 후 배임 부분 무죄로 바뀌었는데도 사기 부분에 대해 같은 징역 4년이 선고되었고, 대법원은 위법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환송 후 공소장변경으로 새로운 범죄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어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됩니다(2014도6472). 파기된 판결의 형이 벌금이면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바꾸지 못한다는 2005도8607도 환송 후 사건입니다.
환송 후 재판은 다시 항소심이므로, 판결 당시까지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양형을 정한다는 앞의 법리를 같은 이치로 볼 수 있습니다. 상고심에서 쓰지 못한 합의서 같은 자료도 이 단계에서는 제출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 상한은 '피고인만의 상고'를 전제로 한 판시이므로, 검사도 상고한 사건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재판이 확정된 뒤 형은 어떻게 집행되는가
항소기간이 그대로 지나거나, 상소를 포기·취하하거나, 상고가 기각되면 재판은 확정됩니다. 상소를 취하한 사람은 그 사건에서 다시 상소할 수 없으니(제349조, 제354조), 취하는 신중히 결정할 일입니다. 재판은 원칙적으로 확정된 뒤에 집행되고(제459조), 집행은 검사가 지휘합니다(제460조).
- 징역·금고: 구금되어 있지 않으면 검사가 소환하고, 응하지 않으면 형집행장을 발부해 구인합니다. 도망하거나 그럴 염려가 있거나 현재지를 알 수 없으면 소환 없이 구인할 수도 있습니다(제473조).
- 구금일수: 판결선고 후 확정 전 구금일수는 선고 당일을 포함해 전부 본형에 산입됩니다(제482조 제1항). 그러니 항소 때문에 구금일수 계산에서 손해를 보지는 않습니다.
- 집행정지: 형의 집행으로 현저히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는 때, 70세 이상인 때, 잉태 후 6월 이상이거나 출산 후 60일이 지나지 않은 때 등에는 검사의 지휘로 집행을 정지할 수 있습니다(제471조).
- 벌금: 판결확정일부터 30일 안에 납입해야 하고, 납입하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됩니다(형법 제69조). 집행은 검사의 명령으로 하며, 분할납부와 납부연기 등 납부방법은 법무부령에 정합니다(제477조).
- 집행유예: 바로 수감되지는 않지만 보호관찰, 사회봉사, 수강이 함께 명해질 수 있고(형법 제62조의2),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집행유예가 효력을 잃습니다(형법 제63조).
수강명령과 별개로 스스로 받는 재범방지교육을 어떻게 이해할지는 반성·재범방지를 다룬 글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확정 이후에는 양형을 다투는 통상의 길이 닫히므로, 형량에 관한 주장과 자료는 사건이 항소심에 있는 동안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 글은 2026. 11. 4.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양형자료가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법학박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재범방지교육원의 모든 영상 강의를 직접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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