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형만으로는 형량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형법 제250조 제1항은 사람을 살해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조문만 봐서는 내 사건의 형이 어디쯤일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의 조건도 연령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이라는 큰 항목일 뿐, 각각이 얼마만큼의 무게를 갖는지 말해 주지 않습니다. 이 빈칸을 범죄별 숫자와 판단 순서로 메운 것이 양형기준입니다. 제51조의 일반론은 별도의 글에서 다루고, 여기서는 양형기준이라는 표 자체를 읽는 법에 집중합니다.
양형위원회가 만들고 공개합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2(양형위원회의 설치)형을 정할 때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하기 위하여 대법원에 양형위원회를 둔다. 위원회는 양형기준을 설정·변경하고, 이와 관련된 양형정책을 연구·심의할 수 있으며,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13명입니다. 법관 4명,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검사 2명,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하는 변호사 2명, 법학 교수 2명,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 2명을 대법원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합니다(제81조의3). 법원 안에 있지만 법관만으로 꾸려지지는 않습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양형기준의 설정 등)위원회는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하거나 변경한다. 범죄의 죄질, 범정과 피고인의 책임의 정도를 반영하고, 일반예방과 재범 방지 및 사회복귀를 고려하며, 고려할 양형 요소에 차이가 없으면 같은 종류의 범죄를 서로 다르게 취급하지 않고, 국적·종교 및 양심·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위원회는 양형기준을 공개하여야 한다.
공개 의무 덕분에 누구나 양형위원회 누리집(sc.scourt.go.kr)에서 시행 중인 기준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숫자의 출발점은 과거 판결입니다. 양형위원회 해설에 따르면 위원회는 양형실무 통계를 분석해 원칙적으로 종전 실무의 70~80%를 반영하고, 더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공감대가 있는 범죄 등에는 규범적 조정을 더했습니다. 전형적인 사건의 지침이라는 뜻이고, 모든 사건의 정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구속력은 없지만 벗어나면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양형기준의 효력 등)법관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한다. 다만,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 법원이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다만, 약식절차 또는 즉결심판절차에 따라 심판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한 조문 안에 존중, 구속력 부정, 이유 기재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그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아니하고,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마련되어 그 내용의 타당성에 의하여 일반적인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법관의 양형에 있어서 그 존중이 요구되는 것일 뿐이다. 양형기준 발효 전에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형을 정하면서 이를 참고자료로 삼았더라도 불리한 법률을 소급 적용한 위법은 아니다.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31 판결양형기준은 합리적 양형을 위한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므로 존중되어야 하나, 구체적 사건마다의 다양하고 특수한 사정을 모두 포섭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양형까지 제시할 수는 없으므로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10년 미만의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그 형이 양형기준에 반한다거나 부당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두 번째 판결의 뒷부분은 상고 단계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상고이유로 인정합니다. 따라서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양형기준을 어겼다"는 말만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 어렵습니다. 양형을 실질적으로 다툴 곳은 대개 1심과 항소심입니다. 항소심에서도 사정은 비슷해서, 해설은 1심이 양형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양형부당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지켰다고 양형부당 항소가 막히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항소심 판단 구조는 항소심 글에서 다룹니다.
이유 기재 의무에 관해서는 다음 판결이 기준이 됩니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7410, 2010전도44 판결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여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기재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양형기준의 의의, 효력 등을 감안하여 당해 양형을 하게 된 사유를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기재하여야 한다. 항소심 판결서에 제1심 양형 이유의 부당 여부에 관한 판단을 구체적으로 설시하였다면,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면서 같은 내용의 이유를 중복하여 설시하지 않았더라도 위법하지 않다.
이 사건의 항소심은 누범기간 중 범행이고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을 인정하면서도, 성폭력 전과가 없고 우발적이며 추행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다는 사정 등을 들어 양형기준을 벗어난 형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벗어나는 방향은 위로도 아래로도 열려 있습니다. 해설은 기본영역이 권고되는데 가중영역을 택하는 경우, 집행유예가 권고되는데 실형을 택하는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들을 예로 듭니다. 권고 범위가 곧 상한이나 보장선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표를 펴기 전에 내 사건이 적용 대상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양형위원회 해설이 밝힌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약식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고, 구공판 사건, 약식명령청구가 공판절차로 넘어간 사건,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 사건에 적용됩니다.
- 벌금형을 선택하면 선거범죄, 교통범죄, 스토킹범죄, 동물보호법위반범죄를 제외하고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미수범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살인미수는 예외로, 살인범죄 기준이 권고 범위의 하한을 1/3로, 상한을 2/3로 감경해 적용하도록 정합니다.
- 공동정범과 교사범에는 적용되지만, 방조범에는 별도의 기준이 없어 적용되지 않습니다.
- 소년이 아닌 성인 피고인에게만 적용되므로, 공소제기 시 19세에 도달한 피고인이 대상입니다. 내국인과 외국인은 구분하지 않습니다.
- 양형기준의 효력이 생긴 뒤 공소제기된 범죄에 적용됩니다. 재판 중에 기준이 바뀌면 공소제기 때의 기준을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바뀐 기준에서 적용 대상이 아니게 되거나 권고 범위가 더 가벼워지면 새 기준을 적용합니다.
마지막 항목 때문에 범행일이나 재판 중인 시점이 아니라 공소제기일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양형위원회 누리집에는 시행 중인 기준과 과거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기범죄 기준은 2026년 7월 1일 시행본이 현재 게시되어 있고, 그 전에 공소제기된 사건이라면 과거 기준 메뉴에서 해당 시기의 표를 찾아야 합니다.
범죄군을 찾고 그 안에서 유형을 고릅니다
양형기준은 하나의 표가 아닙니다. 보호법익과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비슷한 범죄를 묶은 범죄군마다 따로 만들어져 있고, 현재 시행 중인 목록에 40개가 넘는 범죄군이 올라 있습니다. 같은 범죄군 안에 모든 죄명이 포함되는 것도 아니어서, 공소장 적용법조의 죄가 그 기준의 대상 범죄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조문상 어느 장에 있느냐와 범죄군이 꼭 일치하지도 않습니다. 강도강간은 형법상 강도의 죄에 있지만 성범죄군으로 분류됩니다.
범죄군을 찾으면 유형을 고릅니다. 유형을 가르는 잣대는 범죄군마다 다릅니다.
- 살인범죄는 동기와 결합 범죄를 봅니다. 참작 동기 살인부터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까지 다섯 유형이 있습니다. 같은 배우자 살해라도 의처증이나 불만 누적에서 비롯되었으면 제2유형, 불륜관계 유지가 목적이면 제3유형입니다.
- 사기범죄는 일반사기와 조직적 사기로 나눈 뒤 금액으로 다섯 유형을 정합니다.
- 상해는 일반상해, 중상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보복목적 상해로 나눕니다.
유형에는 저마다 정의가 붙어 있습니다. 누리집의 각 기준에 있는 '유형의 정의' 항목을 읽지 않고 죄명만으로 고르면 엉뚱한 줄을 보게 됩니다. 뒤의 유형이 언제나 앞의 유형보다 무겁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범죄유형 사이에도 형량 범위가 겹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 영역으로 나뉜 권고 형량을 읽습니다
유형을 정하면 한 줄에 감경, 기본, 가중 세 칸이 나옵니다. 양형위원회 누리집 게시본(2026년 3월 30일 수정, 2026년 7월 1일 시행)에서 몇 줄만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형은 모두 징역 기준입니다.
- 살인 제1유형(참작 동기 살인): 감경 3년~5년, 기본 4년~6년, 가중 5년~8년
- 살인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감경 7년~12년, 기본 10년~16년, 가중 1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 일반사기 1억 원 미만: 감경 1년까지, 기본 6월~1년6월, 가중 1년~2년6월
- 일반사기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감경 1년6월~4년, 기본 3년~6년, 가중 4년~8년
- 상해 제1유형(일반상해): 감경 2월~10월, 기본 4월~1년6월, 가중 6월~2년6월
- 상해 제2유형(중상해): 감경 6월~1년6월, 기본 1년~2년, 가중 1년6월~4년
세 칸이 일부 겹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영역은 특별양형인자만으로 거의 기계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빠지는 사정을 선고형 단계에서 반영할 여지를 남겨 둔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영역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형의 높낮이가 다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감경영역 윗부분과 기본영역 아랫부분이 같은 형일 수도 있습니다.
양형인자는 두 기준으로 나뉩니다
양형인자표는 가로와 세로로 나뉘어 있습니다. 해설의 구분을 그대로 옮기면, 책임을 늘리는 가중인자와 줄이는 감경인자로 먼저 나뉘고, 영향력에 따라 특별양형인자와 일반양형인자로, 다시 성격에 따라 행위인자와 행위자/기타인자로 나뉩니다.
특별양형인자와 일반양형인자
특별양형인자는 권고 영역을 결정하는 데 쓰입니다. 일반양형인자는 영역을 바꾸지 못하고, 정해진 범위 안에서 선고형을 정할 때 고려됩니다. 해설은 특별가중인자가 하나 있고 일반감경인자가 여럿 있어도 특별가중인자만으로 가중영역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일반감경인자를 아무리 쌓아도 영역이 옮겨 가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다만 영역이 정해진 뒤 선고형을 정하는 단계에서는 특별양형인자도 일반양형인자와 함께 다시 고려됩니다.
같은 사정이 범죄군마다 다른 칸에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사기에서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는 일반가중인자이지만 살인에서는 특별가중인자입니다. 다른 범죄의 표를 보고 짐작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법률상 감경사유라고 해서 모두 특별양형인자인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정상참작감경 사유에 해당하는 사정이 특별양형인자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행위인자와 행위자/기타인자
행위인자는 범행 자체에 관한 사정이고, 행위자/기타인자는 피고인 자신이나 범행 후의 상황에 관한 사정입니다. 해설은 계획적 범행과 잔혹한 범행수법을 전자의 예로, 처벌불원, 자수, 공탁, 전과를 후자의 예로 듭니다. 일반사기의 특별양형인자를 보면 구분이 분명해집니다.
- 행위 감경: 미필적 고의로 기망행위를 저지른 경우 또는 기망행위의 정도가 약한 경우, 손해발생의 위험이 크게 현실화되지 아니한 경우, 사실상 압력 등에 의한 소극적 범행 가담, 피해자에게도 범행의 발생 또는 피해의 확대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경우
- 행위 가중: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범죄수익을 의도적으로 은닉한 경우,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
- 행위자/기타 감경: 자수 또는 내부 고발,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 등
- 행위자/기타 가중: 상습범인 경우, 동종 누범
이름이 평범해 보여도 정의는 까다롭습니다. '처벌불원'은 피고인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가 그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한 경우를 말하고, 사실상 강요나 기망으로 얻어낸 의사표시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실질적 피해 회복'도 합의에 준할 정도로 피해를 회복시킨 경우를 말하며, 공탁은 피해자의 의견, 공탁금 회수 가능성 등을 신중히 살펴 판단합니다. 합의와 공탁이 실제로 어떻게 평가되는지는 별도의 글에 있습니다.
일반양형인자의 '진지한 반성'은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 피해 회복이나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등을 살펴 진심으로 뉘우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합니다. 재범방지교육을 받았다는 자료도 이 정의에 비추어 읽힙니다. 이수 사실만으로 인자가 자동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범행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와 함께 평가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반대쪽 칸에는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도 있습니다. 합의를 거절했다고 피해자를 계속 괴롭히거나 불이익을 암시하면 일반가중인자가 됩니다.
인자를 세고 비교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인자를 찾았으면 영역을 정합니다. 무턱대고 개수만 세지는 않습니다. 양형기준의 평가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같은 숫자의 행위인자는 같은 숫자의 행위자/기타인자보다 무겁게 봅니다.
- 같은 숫자의 행위인자끼리, 행위자/기타인자끼리는 동등하게 봅니다. 서로 상쇄된다는 뜻입니다.
- 처벌불원은 행위자/기타인자이지만 살인, 성범죄, 강도, 횡령·배임, 약취·유인·인신매매, 사기, 절도 등에서는 행위인자와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이 원칙으로도 정해지지 않으면 법관이 원칙에 기초해 종합적으로 비교·평가합니다.
해설이 살인범죄로 드는 예를 따라가 보면 규칙이 잡힙니다.
- '피해자 유발(강함)'과 '존속인 피해자'가 있으면 둘 다 행위인자라 상쇄되어 기본영역입니다.
- '존속인 피해자'와 '자수'가 있으면 행위인자가 무거우므로 가중영역입니다. 자수 자리에 처벌불원이 있으면 기본영역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과잉방위', '미필적 살인의 고의'와 '계획적 살인 범행', '특정강력범죄(누범)'가 있으면, 행위인자 하나씩이 상쇄되고 남은 행위 감경인자가 행위자 가중인자보다 무거워 감경영역입니다.
- '계획적 살인 범행'과 '청각 및 언어 장애인', '자수'가 있으면 평가원칙만으로는 정해지지 않아 법관이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개수를 세는 단위도 정해져 있습니다. 해설에 따르면 인자표에서 "●" 하나로 묶인 항목이 한 개입니다. 한 항목 안의 두 가지 사정에 모두 해당해도 인자는 하나로 셉니다.
범위가 다시 움직이는 경우
영역을 고른 뒤에도 숫자가 조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는 특별조정입니다. 가중영역 사건에서 특별가중인자만 2개 이상이거나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으면 권고 범위 상한을 1/2까지 가중합니다. 감경영역 사건에서 같은 관계가 성립하면 하한을 1/2까지 감경합니다. 해설의 예를 보면, 일반사기 1억 원 미만의 가중영역은 1년~2년6월이지만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와 '동종 누범'이 함께 있으면 권고 범위가 1년~3년9월이 됩니다.
둘째는 표 아래에 적힌 서술식 기준입니다. 앞서 본 살인미수 산식이 여기 해당합니다. 표의 숫자만 보고 아래 설명을 지나치면 계산이 틀어집니다.
셋째는 법률상 처단형과의 관계입니다. 권고 범위가 법률상 가중·감경을 거친 처단형 범위를 벗어나면 처단형의 상한이나 하한을 따릅니다. 해설은 처단형이 징역 3년~30년인 일반강간에서 권고 기본영역이 2년6월~5년일 때 범위가 3년~5년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법률상 감경이 의미를 갖습니다. 자수는 형법 제52조 제1항의 임의적 감경사유입니다. 양형기준의 공통원칙은 인자표에 있는 법률상 임의적 감경사유에 대해 법관이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기로 하면 형법 제53조의 정상참작감경 사유로 고려하도록 합니다. 감경 방법과 범위의 세부는 감경·가중을 다룬 글에서 이어집니다.
집행유예 기준은 형량과 별개의 표입니다
각 기준의 두 번째 탭이 집행유예 기준입니다. 선고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일 때만 쓰입니다(형법 제62조 제1항). 형량표에서 3년을 넘는 범위가 권고되는 사건이라면 그 형량을 그대로 선고할 경우 이 표까지 갈 일이 없습니다. 형법상 결격 기간과 유예기간 같은 요건은 집행유예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표는 부정적 사유와 긍정적 사유, 주요참작사유와 일반참작사유로 나뉩니다. 권고 방식은 이렇습니다.
- 주요긍정사유만 2개 이상이거나 주요부정사유보다 2개 이상 많으면 집행유예 권고
- 주요부정사유만 2개 이상이거나 주요긍정사유보다 2개 이상 많으면 실형 권고
- 그 외의 경우, 그리고 일반참작사유의 개수 차이가 주요참작사유의 개수 차이보다 커서 뒤집히는 경우에는 종합적으로 비교·평가해 결정
여기서는 행위와 행위자를 나누어 비교하지 않고 주요참작사유의 개수 차이로 권고가 갈립니다. 일반참작사유는 혼자서 권고를 만들지 못하고, 권고를 '선택 가능'으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사기범죄 표에서 주요부정사유에는 5년 이내의 동종 전과, 미합의, 범죄수익의 의도적 은닉, 실질적 손해의 규모가 상당히 크거나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등이 있습니다. 주요긍정사유에는 형사처벌 전력 없음,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 자수 또는 내부 고발, 실질적 손해의 규모가 상당히 작은 경우 등이 있습니다. 기준 금액도 정의되어 있어서, 최종적으로 회복되지 않은 손해액이 5억 원을 넘으면 '상당히 큰 경우', 5,000만 원 미만이면 '상당히 작은 경우'입니다. 피해액 자체가 아니라 회복되지 않고 남은 금액을 본다는 점이 형량표의 금액 구분과 다릅니다.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초범이면 해당"으로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살인미수 기준의 정의는 그 범행 전까지 단 한 번도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경우를 말하면서,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 반복한 경우는 제외합니다.
해설은 이 기준이 단일범에 한해 적용된다고 밝힙니다. 경합범은 형태가 다양해 모든 사례를 상정한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또 표에 없는 요소 때문에 권고된 결론이 부적절하다고 보면 법관은 이유를 밝혀 기준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죄가 여럿이면 다수범죄 처리기준을 봅니다
공소사실이 여러 개라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즉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죄가 함께 재판받는 경우인지 봅니다. 이때 쓰는 것이 각 기준 맨 끝의 다수범죄 처리기준입니다. 형법의 경합범 가중과 계산 방식이 달라서 이름도 따로 붙였습니다.
- 기본범죄를 정합니다. 형종 선택과 법률상 가중·감경을 거친 후 형이 가장 무거운 범죄입니다. 다만 그 범죄의 권고 상한이 다른 죄보다 낮으면 다른 죄가 기본범죄가 됩니다.
- 2개의 죄라면 기본범죄의 권고 상한에 다른 죄 상한의 1/2을 더합니다.
- 3개 이상이면 기본범죄 상한에 다른 죄 중 상한이 가장 높은 죄의 1/2, 두 번째로 높은 죄의 1/3을 더합니다. 그래서 가중되는 폭의 최댓값은 기본범죄 상한의 5/6입니다.
- 다른 죄의 하한이 기본범죄 하한보다 높으면 그 높은 하한을 씁니다.
해설의 예로, 제1유형 감경영역(3년~5년)의 살인과 제2유형 기본영역(10년~16년)의 살인이 경합하면 제2유형을 기본범죄로 삼아 범위가 10년~18년6월이 됩니다. 16년에 5년의 절반인 2년6월을 더한 값입니다.
금액으로 유형을 나누는 사기범죄에는 특칙이 있습니다. 일반사기끼리의 동종경합범은 이득액을 합산한 금액으로 유형을 정합니다. 합산으로 가장 무거운 단일범죄보다 유형이 1단계 올라가면 하한의 1/3을, 2단계 이상 올라가면 하한의 1/2을 감경하되 가장 무거운 단일범죄 유형의 하한을 한도로 합니다.
양형기준이 없는 범죄와 있는 범죄가 경합하면 하한은 있는 범죄의 권고 하한을 따릅니다.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과 상상적 경합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리방법을 두지 않았다고 해설은 밝힙니다. 또 기본범죄에 흔히 따라붙는 범죄는 다수범죄로 계산하지 않고 기본범죄의 양형인자 하나로 반영하기도 합니다.
내 사건에 대입하는 순서
지금까지의 내용을 해설의 적용 순서에 맞춰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공소장에서 죄명, 적용법조, 공소제기일을 확인합니다. 구약식이 아닌지, 벌금형 선택 사건이 아닌지도 함께 봅니다.
- 양형위원회 누리집에서 해당 범죄군의 기준을 엽니다. 공소제기일에 맞는 시행본인지 첫머리의 시행일로 확인합니다.
- 그 죄가 기준의 대상 범죄인지 살피고, '유형의 정의'를 읽어 유형을 고릅니다.
- '양형인자의 정의'를 읽으면서 특별양형인자를 행위와 행위자/기타로 나누어 적습니다. 정의에 맞는 근거 자료가 있는 것만 적습니다.
- 평가원칙에 따라 상쇄하고 남은 인자로 감경, 기본, 가중 중 하나를 고릅니다.
- 특별조정과 표 아래 서술식 기준을 적용합니다.
- 처단형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지 확인하고, 죄가 여럿이면 다수범죄 처리기준을 적용합니다.
- 범위 안에서 일반양형인자로 어느 쪽에 가까운지 가늠합니다.
- 선고형이 3년 이하로 예상된다면 집행유예 기준의 주요참작사유를 세어 봅니다.
이 과정의 약한 고리는 인자의 존부입니다. 해설은 법관이 양형심리를 통해 양형자료를 조사·평가해 인자의 존부를 확정한다고 설명합니다. 피고인 쪽에서 있다고 생각하는 인자도 기록에 근거가 없으면 평가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에서 각각 무엇을 언제 준비하는지는 관련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숫자를 읽을 때 조심할 점
스스로 계산해 본 범위는 재판 결과의 예측값이 아닙니다. 법관이 어떤 사정을 인자로 인정할지는 심리를 거쳐야 정해지고, 인자표에 없는 사정이 양형에 반영될 수도 있으며, 앞서 본 대로 이유를 밝혀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공소장의 적용법조와 공소사실이 달라지면 범죄군과 유형도 함께 달라집니다. 공소제기 전에 짐작한 범위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 글의 형량과 인자 이름은 2026년 11월 초 양형위원회 누리집 게시본과 양형기준 해설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양형기준은 수정이 잦은 편이어서, 실제로 쓸 때는 공소제기일에 맞는 시행본을 직접 열어 대조해야 합니다.
이 글은 2026. 11. 4.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양형자료가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법학박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재범방지교육원의 모든 영상 강의를 직접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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