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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와 약식명령, 수사 단계 양형자료는 언제부터 준비할까

형사 절차의 결론은 재판까지 가지 않고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건이 어느 단계에서 누구의 판단을 거치는지, 그때 어떤 자료가 읽히는지를 조문과 결정례로 정리했습니다.

양형이라고 하면 판사가 법정에서 형을 정하는 장면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법이 형을 정하는 기준으로 적어 둔 형법 제51조는 재판 전에도 쓰입니다. 검사가 재판에 넘길지 말지를 정할 때 이 조문을 참작하도록 형사소송법이 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형자료는 공판 때 처음 꺼내는 서류가 아니라, 수사기록에 함께 쌓여 가는 자료에 가깝습니다.

이 글은 재판 전 단계만 다룹니다. 형법 제51조 각 호의 뜻, 양형기준의 구조, 합의와 공탁, 반성 자료의 내용은 같은 법률정보의 다른 글에서 따로 설명합니다.

사법경찰관 단계에서는 혐의 유무가 먼저입니다

대부분의 사건은 사법경찰관의 수사로 시작합니다. 수사를 마친 사법경찰관이 할 수 있는 결정은 법령에 정해져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사법경찰관의 사건송치 등)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하여야 하며, 그 밖의 경우에는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합니다(제1항). 어느 경우든 수사과정에서 생성한 문서와 기록, 입수한 자료 등의 목록을 작성하여 함께 송부합니다(제2항).

제1호가 흔히 말하는 송치이고, 제2호가 불송치입니다. 수사준칙 제51조는 불송치의 종류를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증거불충분),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로 나눕니다. 이 목록에 기소유예는 없습니다. 기소유예는 검사의 불기소 결정 가운데 하나이고(공소청사건사무규칙 제98조), 사법경찰관은 혐의가 인정되는데 사정이 딱하다는 이유로 사건을 스스로 끝낼 수 없습니다.

여기서 양형자료의 역할을 구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법경찰관의 결정을 가르는 것은 혐의가 있느냐입니다. 범행 후의 사정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만으로 불송치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법경찰관도 정상을 묻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2조(피의자신문사항)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 대하여 범죄사실과 정상에 관한 필요사항을 신문하여야 하며 그 이익되는 사실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신문 때 말한 내용과 이때 낸 자료는 기록에 남습니다. 제245조의5 제2항에 따라 입수 자료의 목록까지 작성해 넘기도록 되어 있으므로, 사법경찰관에게 낸 자료도 검사가 살펴볼 기록 범위 안에 들어옵니다.

불송치 뒤에 사건이 그대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사법경찰관은 송부한 날부터 7일 안에 고소인 등에게 불송치 취지와 이유를 서면으로 알려야 하고(제245조의6), 통지를 받은 고소인은 3개월 안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245조의7). 이의신청이 있으면 사건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치됩니다. 고발인은 2026년 개정 조문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에 한정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검사도 불송치가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보면 관계 서류를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제245조의8). 불송치 통지를 받은 피의자라면 이 기간 동안 사건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 두면 됩니다. 사건이 송치된 뒤에도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사건은 다시 사법경찰관에게 돌아갈 수 있고, 이 경우 보완수사 기간은 원칙적으로 1개월입니다(제197조의2).

기소유예는 검사가 제51조를 보고 내리는 결정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기소편의주의)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습니다.

조문은 한 문장이지만 이 문장 때문에 수사 단계에서도 양형 사유가 판단 근거가 됩니다. 참작 사유는 형법 제51조가 정한 네 가지입니다.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여야 합니다.

공소청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제3항 제1호는 기소유예를 "피의사실이 인정되나 「형법」 제51조 각 호의 사항을 참작하여 소추할 필요가 없는 경우"라고 적습니다. 앞부분을 놓치면 안 됩니다. 기소유예는 죄가 없다는 판단이 아니라 죄는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같은 불기소라도 혐의없음이나 죄가안됨과는 전제가 정반대입니다.

2026년 10월 시행 규정에는 절차도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공소청사건사무규칙 제118조에 따르면 검사는 기소유예를 하려는 경우(경미한 사건 제외) 피의자에게 엄중히 주의를 주고 재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소유예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하면 피의자나 사건관계인, 전문가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습니다. 그 근거 조문이 이번 개편에서 들어온 다음 규정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검사의 사실관계 확인 등)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의 결정, 재수사요구 여부의 결정 및 공소유지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 사건관계인, 전문가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거나 의견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제1항). 이렇게 취득한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제3항), 피의자의 의견을 들을 때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제5항).

수사준칙 제65조의3은 의견을 듣는 방법으로 화상이나 전화 활용, 의견서 제출 등을 함께 규정하고, 피의자의 의견을 들을 때에는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도록 합니다. 검사의 판단 자료는 이렇게 의견서와 첨부 서류로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조건이 붙는 기소유예, 법률에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조건부 기소유예를 형사소송법이 일반적으로 규정한 조문은 없습니다. 제247조에는 조건에 관한 말이 없습니다. 조건을 명시한 법률 조문은 특정 대상과 범죄에 나뉘어 있습니다.

소년법 제49조의3(조건부 기소유예)

검사는 피의자에 대하여 범죄예방자원봉사위원의 선도, 소년의 선도·교육과 관련된 단체·시설에서의 상담·교육·활동 등을 받게 하고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소년과 소년의 친권자·후견인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9조의2(상담조건부 기소유예)

검사는 가정폭력사건을 수사한 결과 가정폭력행위자의 성행 교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를 할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조건부 기소유예)

검사는 사건의 성질·동기 및 결과, 아동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 행위자의 성행 및 개선 가능성, 원가정보호의 필요성, 피해아동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의사를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상담, 치료 또는 교육 받는 것을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할 수 있습니다.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3호는 검사가 보호관찰관의 선도를 조건으로 공소제기를 유예하고 위탁한 선도 업무를 보호관찰소의 사무로 정합니다.

일반 형사사건의 성인 피의자에게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붙이는 일을 정면으로 규정한 법률 조문은 이번 확인 범위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공소청사건사무규칙 제118조 제3항이 재범방지 등을 위해 감호자나 범죄예방 자원봉사위원에게 신병을 인도하거나 보호단체에 보호를 알선하는 조치를 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수사기관에서 교육이나 상담 이수에 관한 안내를 받았다면 그것이 어떤 근거에 따른 것인지,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완료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를 정확히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행하지 않을 때의 결과는 규칙에 나와 있습니다. 제118조 제5항에 따르면 피의자가 제3항과 제4항의 조치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거나 이행하지 않으면 검사는 사건을 재기해 공소를 제기하거나 소년보호·가정보호·성매매보호·아동보호 사건으로 송치하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조건부가 아닌 사건에서 재범방지 교육을 스스로 받아 수료 자료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법 제51조로 보면 범행 후의 정황에 관한 자료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교육을 받았다고 기소유예 요건이 저절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고, 사건의 내용과 함께 평가될 뿐입니다.

기소유예를 받으면 무엇이 남는가

전과와 수사경력은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이 구별합니다. 제2조에 따르면 전과기록은 수형인명부, 수형인명표, 범죄경력자료를 말합니다. 범죄경력자료에는 벌금 이상의 형의 선고, 면제 및 선고유예 등이 들어갑니다. 반면 사법경찰관의 불송치결정과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관한 자료는 벌금 미만의 형의 선고와 함께 수사경력자료로 분류됩니다.

기소유예는 불기소처분이므로 전과기록이 아니라 수사경력자료에 속합니다. 다만 곧바로 지워지지는 않습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수사경력자료의 정리)

검사의 혐의없음, 공소권없음, 죄가안됨 또는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이 있는 경우 등에는 보존기간이 지나면 전산입력된 수사경력자료를 삭제합니다. 보존기간은 불기소처분이 있은 날부터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금고인 죄는 10년, 장기 2년 이상의 징역·금고인 죄는 5년이고, 그보다 가벼운 죄는 즉시 삭제하되 기소유예는 5년간 보존합니다. 처분 당시 소년이었던 사람의 기소유예 자료는 처분일부터 3년입니다.

조회할 수 있는 경우도 제6조 제1항에 제한되어 있습니다. 범죄 수사와 공소제기 여부 결정, 재판을 위한 경우,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 다른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경우 등입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정해진 용도 밖에서 쓸 목적으로 이 자료를 취득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보존기간 안에 다시 수사를 받으면 앞선 기소유예 이력을 수사기관이 볼 수 있습니다.

기소유예가 사건을 영구히 닫는 것도 아닙니다. 법원의 판결처럼 확정되는 효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6614 판결

검사의 불기소처분에는 확정재판에 있어서의 확정력과 같은 효력이 없어 일단 불기소처분을 한 후에도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전이면 언제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조세범처벌법 사건에서 나온 판시이지만 불기소처분의 일반적인 성격을 설명한 부분입니다. 앞서 본 규칙 제118조 제5항의 재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소유예에 승복할 수 없을 때

혐의가 없는데 기소유예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처벌을 받지 않았으니 그만이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죄가 인정된다는 판단이 기록에 남는 셈이어서 다투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에 기소유예처분취소 사건이 꾸준히 접수되고 결정되는 이유입니다.

불복 경로는 고소인과 피의자가 서로 다릅니다. 고소인이나 고발인은 공소청법 제57조의 항고와 재항고, 형사소송법 제260조의 재정신청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57조의 항고권자는 고소인과 고발인이고 피의자는 없습니다. 피의자에게는 헌법소원이 남습니다.

헌법재판소 1995. 3. 23. 94헌마254 결정

불기소처분에 대한 항고·재항고는 고소·고발인만 할 수 있고 피의자에게는 다른 법률에 의한 사전구제절차가 없으므로, 피의자의 헌법소원은 보충성 원칙의 예외에 해당합니다. 청구기간은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본문에 따릅니다.

이 결정 당시의 청구기간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6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이었습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은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사유가 있는 날부터 1년입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자력이 없으면 국선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고, 이때 청구기간은 선임신청이 있는 날을 기준으로 정합니다(제70조 제1항).

헌법재판소가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수사나 법리 판단에 중대한 잘못이 있을 때입니다. 아래 두 결정은 정상 참작이 부족했다는 이유가 아니라, 애초에 죄가 성립하는지를 잘못 보았다는 이유로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헌법재판소 2025. 6. 27. 2022헌마1459 결정

다가와 폭행하는 상대방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팔을 휘두른 청구인의 행위는 위법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폭행치상 피의사실을 인정한 기소유예처분에는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2026. 4. 29. 2023헌마1241 결정

의사가 자신의 의학적 판단에 반하는 내용의 진단서를 교부할 의무까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추가 검사를 거부한 환자 측의 진단서 요청을 거부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정당한 사유가 없음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처분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합니다.

반대로 기각된 사건도 많습니다. 2026년 9월 17일에 나온 여러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이 그 예로, 의료법위반 사건인 아래 결정의 판시 구조가 전형적입니다.

헌법재판소 2026. 9. 17. 2024헌마572 결정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다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을 하면서 기소유예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자의적 처분이라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심판청구를 기각합니다.

참고로 같은 불기소라도 공소권없음은 사정이 다릅니다. 헌법재판소는 2021헌마636 결정(2022. 8. 31.)에서, 공소권없음은 범죄혐의가 있음을 확정하는 것이 아닌 형식적 처분이어서 법률상 지위에 불이익이 없다고 보아 이에 대한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같은 결정에서 함께 청구된 기소유예 부분은 본안을 판단한 뒤 기각했습니다.

구약식, 공판 없이 벌금이 정해지는 절차

검사가 재판에 넘기기로 한 사건이라도 모두 법정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벌금형이 적당하다고 판단하면 공소제기와 동시에 서면으로 약식명령을 청구합니다(제449조). 실무에서 구약식이라 부르는 경우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48조(약식명령을 할 수 있는 사건)

지방법원은 그 관할에 속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공판절차없이 약식명령으로 피고인을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고, 추징 기타 부수의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청구와 동시에 필요한 증거서류와 증거물을 법원에 제출합니다(형사소송규칙 제170조). 약식명령은 청구가 있은 날부터 14일 안에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같은 규칙 제171조). 판사가 피고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 서류로 판단하는 구조이므로, 벌금액을 정할 때 읽히는 것은 수사기록과 함께 넘어온 자료입니다. 약식절차 조문에 피고인이 이 단계에서 의견을 내는 절차가 따로 적혀 있지는 않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자료를 미리 내 두는 일이 구약식 사건에서 특히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

벌금을 얼마로 할지에 관해서도 조문이 있습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은 양형기준을 존중하되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하면서,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에 양형 이유를 적도록 합니다. 그리고 약식절차에서는 그 이유 기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를 둡니다. 약식명령서에 적히는 것은 범죄사실, 적용법령, 주형, 부수처분, 정식재판 청구 안내이고(제451조), 왜 그 액수인지 긴 설명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사건 유형별 벌금 액수는 원문 확인이 어려운 수치를 옮기지 않기 위해 이 글에 적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약식명령으로 할 수 없거나 적당하지 않다고 보면 공판절차로 심판합니다(제450조). 구약식으로 청구되었다고 반드시 약식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약식명령을 받고 7일 안에 정할 일

약식명령은 재판서 송달로 고지됩니다(제452조). 받아 든 사람에게 가장 급한 것은 날짜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53조(정식재판의 청구)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단, 피고인은 정식재판의 청구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청구는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합니다.

기간 계산은 제66조에 따라 첫날을 넣지 않으며, 말일이 공휴일이나 토요일이면 그날은 기간에 넣지 않습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약식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제457조). 벌금은 확정일부터 30일 안에 내야 하고, 내지 않으면 노역장 유치 대상이 됩니다(형법 제69조). 범죄경력자료에 올라가는 벌금 전과도 이때 생깁니다. 벌금형은 집행 종료일 등부터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지 않고 2년이 지나면 실효됩니다(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제3호). 구류와 과료는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때에 실효됩니다.

정식재판 청구를 망설이는 이유는 대개 형이 더 무거워질까 하는 걱정입니다. 조문을 정확히 보면 이렇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형종 상향의 금지 등)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합니다.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벌금이 징역으로 바뀌는 일은 막지만, 같은 벌금 안에서 액수가 오르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이 원칙을 다른 사건과 병합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합니다.

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도15700 판결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벌금 300만 원 약식명령 사건을 다른 사건과 병합한 뒤 각 죄에 모두 징역형을 선택해 경합범으로 처단한 것은 제457조의2 제1항의 형종 상향 금지 원칙을 위반합니다.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20도355 판결

형종 상향 금지 원칙은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과 다른 사건이 병합·심리된 후 경합범으로 처단되는 경우에도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그대로 적용됩니다.

정식재판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공판에서 판사에게 직접 자료와 사정을 설명할 기회입니다. 제448조가 약식명령의 내용으로 적은 것은 벌금, 과료, 몰수와 부수처분입니다. 반면 판결로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의 집행유예(형법 제62조)나 벌금의 선고유예(형법 제59조)도 요건이 맞으면 가능합니다. 선고유예도 범죄경력자료의 기재 항목이라는 점은 알아 두어야 합니다. 부담도 따릅니다. 공판기일에 나가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도 나오지 않으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습니다(제458조 제2항, 제365조). 생각이 바뀌면 제1심판결 선고 전까지 청구를 취하할 수 있습니다(제454조). 판결이 있으면 약식명령은 효력을 잃습니다(제456조).

송달을 받지 못해 기간을 놓친 경우에는 정식재판청구권 회복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청구하지 못했다면 그 사유가 해소된 날부터 7일 안에 서면으로 회복을 청구하면서 정식재판 청구도 함께 해야 합니다(제458조 제1항, 제345조, 제346조).

대법원 2024. 7. 18. 자 2023모2908 결정

벌과금 납부독촉서에는 재판절차의 종류와 경과, 정식재판 청구기간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재판서 등본이 첨부되지 않아, 이를 송달받았다는 것만으로 약식명령이 고지된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날부터 회복 청구기간이 진행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독촉서를 받고서야 약식명령을 알았다면 이 결정이 참고가 됩니다. 그렇더라도 언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가 쟁점이 되므로 날짜부터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양형자료는 언제부터 준비하는가

조문상 정해진 시작점은 없습니다. 다만 앞의 절차를 따라가 보면 답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사건을 검사가 판단하는 시점까지 자료가 기록에 들어가 있어야 기소유예 판단에 쓰일 수 있고, 구약식이라면 법원이 보는 것도 그 기록입니다. 그래서 사건을 알게 된 때부터 모으기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늦어도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를 정하기 전에는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단계마다 할 일은 조금씩 다릅니다.

  • 사법경찰관 수사 단계: 먼저 혐의를 어떻게 볼 것인지부터 정합니다. 제242조에 따라 이익되는 사실을 말할 기회가 있으므로 신문 때 설명할 사정과 뒷받침 자료를 정리합니다.
  • 송치 후 검사 판단 단계: 제245조의13에 따라 의견서와 자료가 들어갈 수 있는 단계입니다. 기소유예 여부를 판단할 때 재범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확인하므로, 재범 위험을 낮추려고 실제로 한 일을 자료로 보여 줍니다.
  • 약식명령 청구 후: 약식명령 등본을 받는 즉시 날짜를 계산합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한다면 추가 자료는 공판에서 냅니다.
  • 공판 단계: 앞서 낸 자료를 다시 정리해 제출합니다. 이 단계의 양형 판단은 같은 법률정보의 다른 글이 자세히 다룹니다.

자료의 종류는 형법 제51조의 항목에 맞춰 생각하면 빠짐없이 모을 수 있습니다. 연령과 환경에 관해서는 가족관계, 부양 상황, 재직이나 학업, 건강 상태를 보여 주는 서류가 해당합니다. 피해자와의 관계나 범행의 동기와 경위는 객관 자료가 있으면 함께 설명합니다. 범행 후의 정황에는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치료나 상담, 교육 이수 기록 같은 것이 들어갑니다. 합의서나 공탁 서류의 내용은 해당 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친고죄에서 고소가 취소되거나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있으면 공소청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제3항 제4호에 따라 공소권없음 사유가 되므로, 범죄 유형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일찍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두 가지는 조심해야 합니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자료와 진술이 주장과 충돌하지 않는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제245조의13 제3항이 사실관계 확인에서 취득한 진술과 자료를 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게 했지만, 수사기관 조사에서 한 진술까지 같은 조문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하나는 자료의 진실성입니다. 사실과 다른 서류는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다른 문제를 부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일을 확인 가능한 형태로 남기는 것이 수사 단계 양형자료의 기본입니다.

처분 결과는 피의자에게도 통지됩니다(형사소송법 제258조 제2항, 수사준칙 제53조 제1항). 통지서가 오면 결정 이름부터 확인합니다. 혐의없음인지 기소유예인지에 따라 기록의 성격과 불복 방법이 달라지고, 약식명령이라면 7일, 기소유예를 다툰다면 안 날부터 90일이 곧바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 글은 2026. 11. 4.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양형자료가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글쓴이 신동우 변호사

법학박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재범방지교육원의 모든 영상 강의를 직접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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